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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클 거버, <사업의 철학> - 86년산 사업 에센스
    독서록/Business 2019. 5. 27. 07:08

    철학이라니.

    굉장한 지루함. 이 책의 첫인상이었다. '~의 철학'이라니. 트레바리의 첫 시작부터 실망할뻔했다. 하지만 첫장을 넘겨보니, 그동안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해 읽어왔던 책들의 Essence를 딱 떨어지게 묶어주는 '사업의 철학'을 발견할 수 있었다.(부의 추월차선,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레버리지, 가장 빨리 부자 되는 법... 등등.)

     

    "기술자에 머물지마."

    "프랜차이즈는 식상한게 아냐."

    "너를 복사해서 시스템을 만들어."

    "창의력은 무슨, 행동이나 해"

     

    항상 사업에 대한 고민과 망설임에 머물렀던 내게, 행동의 경종을 울려준 86년산 위스키 같은 책.

     

    '기술만 잘 해서는, 거지꼴을 면치 못해.'

    '기술자'라는 개념이 신선했다. 그냥 부단히 현실을 열심히 살다보면, 잘 살 수 있을줄 알았는데, '기술자'단계에 사람이 갇히게 되는거다. 내가 잘하는 일만 하게 되고, 익숙한 스킬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집착하게 되니까. 다음 단계로 나가지를 못한다. 문제는 기술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시야가 좁아서 인데... 기업가는 일 잘 하는 직장인과 질적으로 다르다.

     

    올드한 단어, 어쩌면 사업과 동의어. 프랜차이즈.

    맥도날드의 창업자, 레이크록의 사례 하나만 가지고도, '복제 가능한 시스템' '돈이 열리는 나무' 등 자본주의의 원리를 잘 설명했다고 생각했다. 80년대에 쓰여진 책, 80년대의 성공사례임에도, 비즈니스의 핵심을 잘 짚어주었다. 어떤 비즈니스가 성공했다면, 그 비즈니스의 상품을 보지말고, 시스템을 봐라. 어떤 방식으로 시장을 읽고, 시스템을 구축했는지 공부하고, 내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가르침이 특히 좋았다. 그걸 '프랜차이즈 원형'이라고 표현했는데, 번역이 어색해서 잘 머리에 들어오진 않고, '프로토타이핑'이라고 간단히 이해해도 될듯하다.

     

    사업은 내가 하는게 아니야. 레버리지.

    사업을 위해 내가 하기 싫은 일, 잘 하지 못하는 일에 헌신하지 말라고 한다. 사람을 고용하든 위임해서, 시스템 안에 녹여내라고 한다. 요부분은 롭 무어의 [레버리지]라는 책의 가르침과 거의 똑같다. 나의 지인은 작은 빵집을 운영했었다. 아침 7시에 출근해서 밤 9시까지 근무하는데, 빵 만드는 시스템을 복제하여 다른 직원에게 알려주거나, 비즈니스 확장에는 이르지 못했고, 결국 가게가 나쁘지 않게 됨에도, 건강상의 이유로 그만뒀다. 사업 초창기에는 내 전력을 다해서 일을 하더라도, 사업이 안정화에 접어들면 나를 복제하여 일할 수 있는 인력과 시스템에게 이전할 수 있는... 그런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결국 모든 비즈니스는 '나를 복붙할 수 있는가'를 염두해둬야 하는것.(그 와중에 경쟁 플레이어가 복제가 어렵고, 시장의 룰을 파괴할 수 있는 그런 비즈니스가 대체 뭐냐고...)

     

    질서와 시스템, 그리고 수량화

    이 개념에 대해서는 상반된 의견이 있다. 당연히 나를 복제하기 위해서는, 매뉴얼이 문서화되어야 하고, 노동이 숫자로 바뀌어 딱 질서가 잡히는게 맞다. 하지만, 이 책이 쓰여진건 80년대다. 지금은 세상의 속도가 당시에 비해 빠르다. 예전에는 특정한 결과가 이뤄진 원인을 3개 이하로 추론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특정한 성과나 실패가 만들어진데에 대한 이유를 찾기가 너무 어렵다. 선택지가 많고, 변수가 너무 다양하고, 짧은 시간안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어떤 사업을 명확히 수량화해서 직원의 주관적 판단 여지를 최소화하여 복사하는 것이 가능할까. 지금같은 시장의 속도에서? 2020년을 바라보는 지금 적용할 수 있는 적당한 수량화의 방법, 조직화의 방법은 무엇일까? 이 부분은 추가로 고민을 해봤으면 좋겠다. 나는 정량화된 시스템보다는, 기업의 문화, 그리고 채용 및 보상이 핵심이라고 보는데. 이 글에서 장황하게 풀면 주제가 이탈되니 이만... 그리고 문서화에 대해서도, 어느정도의 간결한 문서화는 필요하지만, 매뉴얼의 디테일한 작성은 오히려 반대하는 입장이다. 레거시가 사고를 굳어지게 하고, 유연한 판단과 실행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케팅에 대한 생각지 못한 가르침

    이 책의 총론은 흥미롭게 읽었지만, 각론은 너무 추상적이고, 사례도 와닿지 않아서 대충 넘겼다. 하지만 의외의 재밌는 구절을 발견했다. '마케팅에 관한 한,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아, 이 문장. 격하게 공감한다. 신입사원이 되어 업무를 배울 때, 직장 상사에게 던졌던 멍청한 질문이 있다. '앞단을 조사하다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르나요? 아니면 내 아이디어를 내고, 통계를 끼워맞춰야 하나요?' 이상하게 마케팅 프로젝트를 할 때는 유독 내 개인적인 취향이 많이 들어갔다. '내가 요즘 성수동에 가봤는데...', '대학내일에서 요게 20대 트렌드래요' 하... 솔직히 그런거 믿고 성공한적이 없다. 오히려, 그냥 싼 돈으로, 적은 시간 들여 꾸준히 SNS에 뭐 올렸던게 잘 되었던것 같다. 작은 비용으로 많이 실행해보고, 결과로 대중을 쫓아가는 것. 2019년 현실에서 배우는 Lesson-Learned가 86년에 쓰여진 책에서 나오다니. 저자의 통찰력에 놀랐다. 물론 깨는 부분도 있다. '당신의 고객이 누구인지 안다면, 그들이 왜 구매하는 지를 알아낼 수 있다.' 아니, 아니다. 요즘은 segmentation이 의미있는 개념인지도 모르겠다. 마케팅 하기전에 '나는 시장을 모른다. 나는 20대를 모른다. 아니, 같은 30대도 잘 모른다'고 3번 복창하고 들어가야 한다. 미팩토리가 잘되고, 방탄이 터지는걸 보면서, 마케팅을 위한 마케팅의 시대는 죽었다고 느꼈다. 마케팅의 영역에 한해서는, 우리는 고객을 알 수 없고, 그냥 많이 해봐야 한다. 그래서 애자일한 기획이 중요하고, 빠른 실행력이 중요하다. 마케팅 고유의 영역은 점차 사라지지 않나 싶다(퍼포먼스 마케팅같은 기술적인 측면이 더욱 중요하지 않은가 싶다. 더 빠르게 실행하고, 더 효율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 인프라...)

     

    창의는 새로운 일을 생각해 내는 것이고, 혁신은 새로운 일을 행하는 것이다.

    이 책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실행이다. 모든 창업자는 기술자로 시작했다. 행동하기 전까진 그 어떤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만 생각하고 행하자.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혁신과 시스템화를 통해 '생산수단을 가지는 것'임은 몇년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여태 실행하지 않아왔으니... 이 모임에 참석하게 된 것도 사실 나보다 먼저 창업한 창업자들을 만나서 배우고 실행 동기를 얻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백번 반성한다.

     

    나의 강점과 선호를 알고, 사업을 위해 일하지말고, 사업이 나를 위해 일하게 하고, 시장을 분석해 될법한 시스템을 만들고, 복제하고, 위임하고, 확장한다.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은 다르다. 느끼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르다. 사업을 진짜로 시작할 때, 사업이 궤도에 올랐을 때, 사업에 실패했을 때... 언제든 지침이 될만한 좋은 책을 만났다.

     

    (이 글은 Trevari에서 책을 함께 읽고 제출한 독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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